한발짝도 못나간 공유경제
◆ 규제혁파 이번엔 제대로 ⑪ ◆
`공유경제` 개념이 한창 떠오르기 시작한 2008년 미국 샌프란시코에서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가 설립됐다. `남아 있는 방을 여행자에게 빌려주자`는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남는 방을 빌려줘 돈도 벌 수 있는 숙박공유 모델은 호텔업은 물론 부동산임대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에어비앤비가 진출하는 도시마다 규제 논란이 불거졌다.
임대 지역·기한 제한 등 도시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됐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에도 10년 새 공유경제라는 큰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설립 10년 만에 에어비앤비 기업가치는 310억달러(약 35조원)를 호가하고 있다. 숙박공유 시장이 한창 커 나가던 2012년 한국에서도 코자자를 비롯한 숙박공유 업체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7년이 지난 현재 국내 숙박공유 업체들은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사업을 허용한 뒤 부작용을 촘촘히 막는 사후 규제로 글로벌 기업을 키운 반면 우리는 큰 줄기를 막아놓고 부작용이 없을 것 같은 최소한의 규제만 풀어주는 방식으로 접근하다가 시장을 키울 적기를 놓친 것이다.
조산구 코자자 대표는 14일 매일경제와 전화 통화하면서 “외국인만 가능하고 내국인 숙박공유는 불가능하도록 한 현 규제는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역차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공정하게 경쟁해도 기업가치 30조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을 상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 6~7년째 규제와 씨름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관련 업계는 국내 숙박공유 시장이 규모의 경제를 갖추려면 외국인만 받아선 효과가 없고 내국인도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주문한다.
차량공유 서비스도 택시업계 등 이해관계자들 반발에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우버와 싱가포르 그랩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한국은 규제에 막혀 변변한 서비스 한번 제대로 못한 채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포털 쇼핑몰 게임 등 국내 인터넷 관련 서비스가 구글이나 아마존 등에 먹히지 않은 것은 우리 기업들이 일찍부터 다양한 서비스를 하며 경쟁한 결과”라며 “숙박·차량 등 공유경제 역시 우리 스타트업들이 상당히 잘할 수 있는 부분인데 과도한 규제 탓에 이미 늦어버린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일부 숙박공유 업체들은 국내에서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아예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자자는 동남아시아, 중국 등 해외로 떠나는 국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조 대표는 “국내법과 상관없는 해외 사업에 나서려고 한다”며 “블록체인 기반의 숙박공유 플랫폼 `위홈`으로 서비스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로 숙박을 예약하는 공유경제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가상화폐와 관련해 제대로 된 규정조차 없을 만큼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이 역시 사업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LG도 처음부터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 국내 가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기술력과 서비스력을 높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라며 “국내 시장에서 제대로 꽃도 피워보지 못한 상태에서 해외로 나가 성공하는 것은 몇 배 더 어려운 일인 만큼 관련 규제들을 빠르게 풀어 서비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형규 기자]
기사원문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510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