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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18

한국판 에어비앤비의 좌절,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판 짠다.

한국판 에어비앤비의 좌절,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판 짠다. 940 788 info

[인터뷰] 조산구 코자자 대표, “수수료 무료와 호스트 주주제, 한국형 숙박 공유로 다시 도전.”

에어비앤비 이전에 코자자가 있었다. 에어비앤비가 한국 진출을 선언한 게 2013년 1월. 코자자가 숙박 공유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건 1년 앞선 2012년 1월이다.

(물론 에어비앤비는 2008년 8월에 설립됐고 이미 2011년 2월에 100만 박을 기록한 데 이어 2012년 1월에 500만 박, 6월에는 1000만 박을 돌파했다. 코자자는 아직 매출이나 숙박 실적을 공개한 적 없지만 에어비앤비와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다.)

“한국엔 에어비앤비 대신에 코자자가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코자자와 조산구 대표의 지난 6년은 파란만장했다. 등록된 호스트가 3500여명, 제공하는 객실이 7500개에 이르지만 실제 거래는 미미한 수준이었고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내는 데 실패했다. 직원은 조 대표를 포함해 7명. 10억 원의 초기 투자 자금을 거의 소진한 데다 마케팅이 받쳐주지 못하니 거래가 늘어나지 않았고 그나마 지난해부터는 사실상 개점 휴업에 가까운 상태다.

한국에서 숙박 공유 서비스는 아직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다. 야놀자나 여기어때 같은 숙박 O2O(Online to Offline) 업체들이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숙박 공유 서비스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는 등록된 숙박업소들을 연계하는 서비스라 에어비앤비나 코자자와는 애초에 시장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아직 숙박 공유 서비스가 경우에 따라 불법이 될 수도 있다. 일반 주택의 경우 외국인 도시 민박업이 허용돼 있지만 외국인 게스트만 받을 수 있다. 숙박업 등록이 안 돼 있는 도심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내국인 게스트를 받는 건 모두 불법이다. 당연히 에어비앤비 역시 서울이나 부산, 대전 등 도심에서는 외국인 게스트만 받을 수 있다.

농어촌은 농어촌민박업법이 있고 도심에서도 한옥은 한옥체험업법이 있어 내국인과 외국인을 모두 받을 수 있지만 서울이나 대도시에서는 내국인 대상의 숙박 공유 서비스에 제약이 많다. 코자자는 일찌감치 외국인 대상의 인바운드 시장에 주력했지만 에어비앤비가 한국 시장에 뛰어들면서 제대로 경쟁도 해보지 못하고 밀려났다. 상대적으로 한옥 시장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지만 마케팅 역량에서 에어비앤비와 게임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조산구 대표에게는 플랜 B가 있었다. 조 대표는 최근 블록체인 기반의 홈 토큰을 발행해 코자자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한다는 계획으로 분주하다. 숙박 공유 업체로는 세계 최초로 ICO(가상화폐 공개)도 준비하고 있다.

이 인터뷰는 서너 달 전에 진행했으나 가상화폐 관련 이슈가 정리될 때까지 지켜보느라 출고가 늦어졌다. 코자자의 블록체인 실험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다음은 조 대표와 일문일답.

글 =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 결국 글로벌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한국에 에어비앤비와 경쟁하는 회사가 있나? 코자자 밖에 없다. 호텔 예약 서비스는 부킹닷컴이나 아고다 같은 회사들이 있고 국내 모텔이나 펜션은 야놀자 같은 서비스가 있다. 우리는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집을 중개한다. 이 시장은 세계적으로 에어비앤비가 휩쓸고 있다. 숙박 공유 서비스는 익명의 개인과 개인이 만나는 비정형의 서비스다. 불특정 다수 호스트들이 자기 집을 내놓으면 여행자들은 에어비앤비라는 브랜드를 믿고 생판 모르는 사람의 집에 묵는다. 코자자는 한국형 에어비앤비로 출발했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에어비앤비 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구글이 한국에서는 네이버에 못 이기는 것처럼 한국에는 에어비앤비가 아니라 코자자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 한옥 공유로는 차별화 포인트가 안 됐나.
“에어비앤비는 192개국에 하나의 플랫폼으로 사업을 한다. 그만큼 강력한 브랜드를 갖고 있다. 그런데 코자자는 여전히 이름을 알리는 것조차 힘들다. ‘한옥 스테이(Hanok Stay)’란 말도 우리가 만들었는데 마케팅이 받쳐주지 못했다. 도시 민박이 불법이라 내국인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외국인들에게 홍보를 해야 하는데 정부 차원에서 별다른 지원도 없었고 우리도 리소스(자금)가 턱없이 부족했다.”

– 제도적인 문제가 컸을 것 같다.
“공유민박업법이 국회에 올라가 있지만 언제 통과될지 모른다. 2016년에 규제프리존특별법에 포함되기도 했지만 무산됐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법도 법이지만 어차피 외국인 대상의 인바운드 시장을 먼저 보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최소한의 정책적 지원을 해줬으면 했는데 그게 안 됐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여행 가는 관광객이 연간 700만 명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일본에서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잡는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서는 에어비앤비든 코자자든 내국인 대상 도시 민박이 불법이다. 이게 말이 되나.”

– 그래서 한옥 시장으로 특화한 건가.
“일단 한옥은 일본의 료콴과 다르다. 표준화도 안 돼 있고 불편하고 비싸고 서비스도 제대로 연계돼 있지 않다. 그렇지만 한옥에 묵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평가는 매우 좋다. 사업 초기에는 한옥 한 집 입점시키려면 두세 번씩 찾아가거나 전화 상담을 해야 했다. 호스트 입장에서는 그냥 홈페이지 만들어놓고 손님 받으면 되는데 어디 올려놓고 하면 관리할 게 늘어나니까 귀찮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확실히 손님이 늘어난다는 확신이 있어야 할 텐데 그게 안 되니까. 그래도 지금은 1000채 넘는 한옥을 호스트로 확보하고 있다.”

– 그렇지만 그 1000채의 한옥이 대부분 에어비앤비에도 들어가 있지 않나.
“그렇다. 그래서 우리의 차별화 포인트는 첫째, 국내 시장에 특화돼 있다는 거다. 별거 아니지만 에어비앤비는 달러화 기준이라 1박 가격이 12만3272원 같은 식으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 둘째, 도저히 안 되겠어서 2016년부터 우수 호스트를 대상으로 수수료 무료를 제안하기도 했다. 에어비앤비는 게스트에게 6~12%, 호스트에게 3%를 수수료로 받는다. 우리는 게스트는 3~10%, 호스트는 3%를 받다가 아예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셋째, 호스트 주주제도 검토했는데 이건 여전히 준비 중이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ICO가 그래서 중요하다.”

–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려면 사이즈를 충분히 키우는 게 중요한 것 같다.
“10만 원짜리 숙소를 호스트로 받기까지 마케팅 비용을 생각하면 수수료가 1만 원 이상은 돼야 한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호스트를 늘리려면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호스트들이 알아서 찾아오게 만들어야 하니까. 글로벌 브랜드 에어비앤비는 그게 되는 거고 코자자는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

– 평창 올림픽이 큰 기회였을 것 같은데.
“잘 안 됐다. 올림픽을 앞두고 강릉시에서 강릉스테이(http://stay.gn.go.kr/)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더라. 그런데 여기는 숙박업소와 민박집 리스트만 늘어놓고 정작 예약이 안 된다. 전화 걸어서 예약하라는 건데 이런 걸로 경쟁이 되겠나. 차라리 에어비앤비 링크를 걸어놓지. 한국관광공사도 한옥스테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여기에 수억 원이 들어갔다. 우리 서비스를 그냥 갖다 쓰라고 했는데도 거들떠보지도 않더라. 대구시에도 제안했고 서울시에도 제안했다. 수수료 안 받을 테니 그대로 갖다 쓰라고, 그게 아니면 그냥 포워딩만 시켜달라고 했는데도 잘 안 됐다. 올림픽 앞두고 당장 방이 부족하다고 난린데 세금 쏟아 부으면서 이런 거나 만들고 있으니 정말 답답했다.”

– 정부 입장에서는 민간 기업을 지원하는 게 특혜로 비춰질 수도 있으니까 조심스럽지 않을까.
“우리에게 무슨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다. 서울에는 좋은 호텔이 많다. 그런 호텔은 알아서 잘 찾아간다. 그런데 한국을 알리려면 특급 호텔이 아니라 구석구석에 있는 사람들 사는 동네를 찾아가는 재미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시 민박의 가능성이 엄청나지만, 에어비앤비로는 한계가 있다. 코자자만 잘 되자는 게 아니라 숙박 공유 시장이 자리 잡으면 일자리도 늘고 관광 수입도 늘고 한국의 국가 브랜드도 올라가지 않겠나. 외국인들도 굳이 숙박 공유 서비스를 찾는 건 사람들 사는 걸 보고 그 나라 사람들처럼 어울리고 싶어서다. 내국인 시장이 먼저 커야 외국인 시장을 키울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관심이 없다.”

– 어차피 에어비앤비가 다 먹는 시장이라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다.
“얼마 전에 서울시 송파구에서 도시 민박 설명회를 했는데 가서 보니 절반 이상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더라. 이분들은 아파트가 재산 전부다. 국민연금과 노령연금 말고는 수입도 없다. 남는 방을 하나씩 내놓고 한 달에 서너 번, 월 20만~30만원만 벌어도 생계에 큰 도움이 된다. 에어비앤비가 이런 걸 할 수 있나? 우리는 이런 분들을 위해 호스트 대리 서비스도 하고 있다. 영어 안 통하면 우리에게 전화만 하면 우리가 다 해결해주겠다는 거다. 컨시어지 서비스도 제공하고 필요하다면 공항 픽업 서비스도 제공한다. 내국인 도시 민박을 풀면 5만 개 이상 객실 수요가 생기고 일자리 5만 개가 생겨날 거라고 본다. 누가 먹는 시장이든 일단 시장을 키워보자는 거다.”

조산구 대표는 광운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KT에서 일하다가 미국 텍사스A&M대와 UC버클리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땄다. 버클리로렌스랩에서 일하다가 위치정보 서비스인 넷지오(NetGeo)를 창업했고 닷컴 버블이 꺼진 뒤 한국에 들어와 KT와 LG유플러스를 거쳐 다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공유 경제라는 개념에 매력을 느꼈고 한국에서는 숙박 공유 서비스가 유망하다고 보고 코자자를 사내 벤처로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사했다.

– 사업 시작한 걸 후회하지 않나.
“당연히 후회한다. 나름 스타트업이라고 시작했지만 CEO의 나이도 걸림돌이 되고(조산구 대표는 1965년생이다. 정부의 청년 창업 지원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초기 엔젤 투자로 버텨왔는데 유의미한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추가 펀딩에 실패했다.”

– 코자자가 망하면 에어비앤비와 경쟁할 업체가 없을 텐데.
“지금도 그렇지만 에어비앤비 천하가 되겠지. 코자자를 한국형 에어비앤비라고 부르지만 에어비앤비가 줄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334만 명이다. 이걸 2000만, 3000만으로 늘리려면 뭐가 필요할까. 단순히 호텔 많이 짓는 걸로는 안 된다. 나는 숙박 공유만큼 법적인 이슈가 많지 않으면서 효과가 큰 사업이 없다고 생각한다. 도시 민박을 허용한다고 해서 호텔 갈 사람들이 민박으로 갈까. 오히려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분명히 시장이 있다고 확신한다. 시간이 필요할 뿐.”

– 코자자의 ICO 계획을 설명해 달라.
“코자자를 접느냐 마느냐 고민하던 가운데 블록체인에서 마지막 가능성을 발견했다. 수수료 없이 호스트와 게스트를 연결시켜주는 코자자 서비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에 최적의 플랫폼이다. 에어비앤비와 달리 코자자는 수수료로 돈을 버는 모델이 아니다. 만약 똑같이 10만 원짜리 방이라면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에게 3000원, 게스트에게 6000~1만2000원의 수수료를 받는데 코자자는 지금은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지만 코인 시스템을 도입하면 에어비앤비와 같은 가격을 받으면서 호스트와 게스트에게 수수료에 상응하는 코인을 지급할 수 있다. 코인 생태계를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 갖춰져 있다는 이야기다.”

– 사실 코인은 누구나 발행할 수 있지만 코인을 유통할 만한 생태계를 만드는 게 관건이다. 코자자 코인으로 뭘할 수 있을까.
“같은 가격이라면 한국에서는 에어비앤비보다는 코자자가 낫다는 인식을 만들 수 있다. 코자자에서는 한국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홈 토큰을 주니까. 이 토큰으로 코자자와 제휴한 여러 여행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커피도 먹고 밥도 먹을 수 있다. 10만원짜리 방을 잡았는데 1만원어치 토큰을 준다, 이거 메리트가 있지 않겠나. 지금까지는 가격을 깎는 걸로 승부했지만 잘 안 됐다. 오히려 같은 값을 받으면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홈 토큰을 주겠다는 거다. 호스트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가 함께 살아나게 된다.”

– 어느 정도 규모를 만들기까지 키우는 게 관건일 것 같다.
“우선 위홈(wehome.me)이라는 이름으로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만약 이 플랫폼이 잘 될 것 같다는 확신을 준다면 호스트들이 홈 토큰을 계속 보유할 것이다. 호스트들이 위홈 플랫폼의 주주가 되는 셈이다. 토큰 시장이 커지면 위홈은 그만큼 현금을 확보하고 플랫폼에 다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위홈 플랫폼의 가치가 올라가면 홈 토큰의 가치도 올라간다. 일단 프라이빗 ICO로 시작해서 초기 마케팅 비용으로 30억원 이상을 조달할 계획이다. 수수료 없는 숙박 공유 서비스, 블록체인 덕분에 가능한 시스템이다. 에어비앤비는 안 되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 검색은 에어비앤비에서 하고 실제 결제는 코자자에서 하라는 마케팅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 지금은 마켓 쉐어 1%도 안 되는 마이너 플랫폼이지만 블록체인이라는 날개를 달면 충분히 판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어느 정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으면 수수료 무료도 생각하지 않았을 거고 호스트 주주라는 아이디어도 생각하지 못했을 텐데 바닥까지 내려가 보니 새로운 가능성을 찾게 됐다. 무모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미쳤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이제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원문기사 http://www.mediax.kr/?p=948